God生
그리고 소울리스 座

한경수(23.대학생)씨는 매일 오전 7시에 영어와 일본어 단어 암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향점은 일상 속 즐거움과 소소한 성취감. 그는 “삶에서 가장 큰 가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언가 꾸준히 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부지런히 운동하고 대외 활동도 참여하고 또 열심히 놀면서 바쁘게 사는게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쪽에 더 가깝다고 했다. "당장 더 좋은 몸을 갖고 싶어서 운동하고, 공부는 취업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하루하루 알차게 채워나가자는 의미도 있다. 대외활동 역시 스펙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장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고 말했다. 정소은(25, 취준생)씨는 “대학 입학 이후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게됐다. 특별한 루틴은 없지만 최대한 의미 있게 시간을 채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에 기상해 자격증 및 코딩 공부, PT및 개인 운동, 독서 등을 실천한다.

주말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다솜(23, 가명)씨는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20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때는 돈을 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겼지만 지금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일수록 손해가 커지는 느낌이다. 그는 “그동안 다른 알바생 대신 필요할 때 추가 업무나 대타도 많이 하며 열정적으로 임했는데 대표는 오히려 저를 언제든지 대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이제는 그 열정을 제 전공과 관련된 부분에 나눠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경력만 5년차인 김이현(23, 가명)씨는 이른바 진상 손님의 무리한 요구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는 손님과 싸워도 보고, 서비스를 드려도 봤지만 더 무리한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영혼 없는 대응이 모두에게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태도가 일을 하는 데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영혼이 없어도 책임감이 없는 건 아니다"며 "때로는 단골 손님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지각이나 무단 결근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갓생살기’와 ‘소울리스 좌’. 요즘 MZ 세대들의 생활 방식을 대표하는 두 가지 용어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단어 ‘갓(God)’과 인생의 ‘생(生)’을 합친 합성어로, 계획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생활 태도를 말한다. 소울리스 좌는 ‘영혼 없는’을 의미하는 ‘소울리스(soulless)’와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본좌(本座)’가 결합된 단어다. 주어진 역할은 완벽히 수행하되 본인이 설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열정은 쏟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삶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는 극명하게 달라보이지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갓생은 아이돌 팬 문화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자신의 학업이나 본업에 충실히 임하면서 동시에 이른바 ‘팬질’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갓생’이라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를 의미하는 ‘소확성’을 중심으로 작은 성취들을 루틴화하고 즐기는 삶에 집중한다.

갓생사는 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불확실한 하루에서 내 시간을 조절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꼭 목표를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계획을 세워 이뤄내면 된다. 계획도 100% 완수할 필요는 없다. 60%만 달성해도 갓생살기는 이뤄진다.

이들이 자신의 갓생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유튜브에 본인의 하루 일과를 직접 촬영한 영상(브이로그·Vlog)을 업로드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오하명(오늘 하루 명상)'을 태그하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작성하기도 한다. 네이버 블로그도 갓생살기를 기록하는 대중적인 방법 중 하나다.

어플(앱)을 통한 참여도 두드러진다. 자신의 일정과 목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각자 성취한 목표에 대해 서로 칭찬 스티커를 붙이며 응원하는 앱은 물론 일정 금액을 걸고 도전하는 형태의 루틴 챌린지 앱도 등장했다. 목표 달성률이 85% 이상이면 도전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고, 목표 달성률이 100%면 추가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갓생살기를 대중화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또한 챌린지 형태로 대두되는 갓생살기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고, 함께 한다는 점에서 강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소울리즈 좌는 유튜브 ‘티타남’ 채널에 게시된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 영상 속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을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혼 없는 눈빛에 긴 안내 멘트를 실수 없이 능숙하게 읊조리는 아르바이트생이 소울리스 좌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인데,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모습이지만 능수능란하게 업무를 해낸다.

영혼 없이 일관적이고 사무적인 말투를 가진 아르바이트생은 소울리스 좌가 등장하기 전에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러 개그 프로그램에서 타성에 젖은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장인을 묘사하기도 하고, 유튜브의 ‘[먹고대학생] 유형별 알바생 말투’ 영상 속에서는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아르바이트생의 전형적인 말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상의 댓글도 “CGV 특유의 자본주의 웃음과 현타 온 눈빛 완전 똑같다”, “전 국민이 이 영상에 공감한다는 게 제일 웃기다” 등의 유쾌한 반응이 뒤따랐다.

몇년전 한국 사회에서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같은 제목의 에세이들이 크게 유행했다. 당시 2030에게 유행한 밈은 ‘대충살자 ~처럼’이었다. 2030은 ‘열심히’사는 삶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하면 된다’는 기성세대의 가르침 속에 성장한 이들은 3포세대에서 출발해 N포세대가 될 때까지 ‘열심히’로는 소위 말하는 성공과 행복을 성취할 수 없음을 자각했다.

닿을 수 없는 행복을 포기한 이들의 선택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한 ‘열심히 살기’ 보다 현재 삶에서 최대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의 약자, 인생은 오직 한번 뿐이라는 의미)이 되었다.

이후에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경제적인 위기와 제한된 일상에서 무력감과 우울함을 겪었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주체성을 느끼고 이를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MZ의 ‘갓생살기’는 욜로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닿을 수 없는 행복에 대신 소소한 행복을 선택한 과거처럼 MZ의 갓생살기는 거창하고 비현실적 목표 대신 소소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확실하게 성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목표달성이 개인의 의지에만 달렸다면 MZ의 목표달성 원동력은 타인의 시선과 응원이 되기도 한다.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갓생살기’, 인생 선배들이 올린 브이로그, SNS 채널 속 게시물 등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목표달성에 도움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MZ 세대의 소울리스 역시 그들이 자라온 사회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학교 입학 후 단 한순간도 경쟁에서 멀어진 적이 없으며, 특히 대학 입시의 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은 고등학교 생활 전반을 살펴본다는 명목으로 수상경력과 다양한 활동 사항을 살펴본다.

자유를 맞이할 것 같던 대학도 취업 준비라는 그늘 아래 더 많은 스펙,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무한 경쟁시대는 더 높은 기준점을 만들어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처럼 더 많은 스펙을 자랑하는 이 앞에 2030세대는 좌절하게 됐다. 더 많은 경쟁에서 이기고자하는 마음도 스펙을 더 쌓아야겠다는 의지도 상실했다. 열정을 다하는 대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잘 하기로 결심했고 이렇게 소울리스가 탄생했다.

갓생러는 ‘소확성’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서로를 응원한다.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가지고 더 나은 나를 꿈꾼다. 사소한 부분도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는 것이 행복이다. 소울리스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하루를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렇게 비축한 체력과 열정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더 간절한 목표에 활용한다. 열정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하루 중 내가 원하는 부분에 쏟는 것이다.

갓생과 소울리스 그들 모두에게 ‘대충’이란 없다. 언제나 진심을 다하고 노력하기에 그들의 목표는 담백하고 현실적이다. 갓생은 소확성으로 사소한 부분에서도 성취감과 즐거움을 쫓는다. 소울리스는 내가 필요한 부분에만 열정을 쏟는 것으로 자신의 열정을 효율적으로 안배한다.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은 번아웃에 빠진 미국 밀레니얼의 초상을 담고있다.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는 부제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성을 획득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고, 그런 상황에서 2030은 번아웃된다. 미국의 얘기지만 한국에 대입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연애 그리고 결혼,
선택 아닌가요?

결혼은 원시사회에서부터 이어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역사중 하나이다. 모든 인류가 같은 형태의 결혼제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흐름에 맞물려 이어져왔다. 하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결혼제도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결혼은 고체가 아니라 액체의 속성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극현실 자본주의, 여성 지위향상, 경제적 불안, 개인주의 확산 등에 따라 지금의 결혼방식은 유물이 돼 박물관으로 가야할 처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Z세대들 사이에서 최근 새롭게 등장한 문화중 하나는 ‘비혼식’이다. 세상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혼주의자임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지인들의 축하도 받고, 축의금을 받기도 한다.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지만 비혼은 결혼할 의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비혼자가 늘면서 일부 선진기업에서는 그들을 위해 비혼식도 열러주고, 축의금과 유급휴가 같은 복지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MZ세대에게 결혼은 인생의 많은 선택지 중 하나다. 이는 혼인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혼인건수는 19만3000건이다. 전년대비 9.8% 감소한 수치이다. 혼인율은 최근 계속해서 감소추세이다. 2021년 서울시가 발표한 세대별 결혼과 출산에 관한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MZ세대(1980~2004년생)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비율은 4.46%에 불과했다.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비율 역시 4.22%에 그쳤다. 출산율은 또 어떤가.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08명이다. OECD 38개 회원국중 최하위이다. 올해 출산율은 0.7%대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붕괴에 한국의 결혼제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종말을 맞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뉴시안이 MZ세대 비혼주의자, 기혼자, 이혼자 3명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비혼주의자인 유지연(23·가명)씨는 비혼 결심 계기를 묻는 질문에 “결혼해도 손해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결혼으로 이뤄지는 행복한 가정이 꿈꿔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출산과 육아가 두렵다고 했다. 경제적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가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출산과 양육을 위해 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다’는 응답이 48.8%, ‘아버지가 그만둔 적이 있다’가 0.8%였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사회생활 끝'에 다름 아니다.

그의 말대로 결혼은 돈과 직결된다.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2억8739만원(결혼정보회사 듀오 조사), 월평균 자녀양육비 72만1000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년 보고서)이 필요하다. 집값은 또 어떤가. 무주택자는 유주택자보다 출산율이 0.54명 낮다중고교생 교육비사교육비만1년면 865만원이다.그는 다만 “단순히 경제적 이유 때문에 비혼을 결심한 건 아니다”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 어렵고, 내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포기하는 대신 취미생활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일상을 보낸다. 콘서트장에 놀러가고, 쉬는 날이면 베이킹을 한다. 소소한 즐거움 덕분에 연애를 안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결혼을 무조건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튜브에 존재하는 수많은 '1인 가구 브이로그’에는 비혼자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담고있다. 대용량으로 산 재료들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살림 꿀팁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면서 혼자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공유한다.

그의 이런 생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미디어’였다고 했다. 결혼과 함께 시작되는 고부 갈등, 명절 의식 등 힘든 결혼과정은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실제 적지않은 방송사는 시청률을 의식해 부부갈등을 고조시키면서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낸다.

그는 최근 끝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을 예로들며 오은영 박사가 갈등을 가진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박순애씨(26.가명)는 20세에 결혼과 함께 출산을 했다. 하지만 결혼 6년만에 이혼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 때문이다. 그는 “맞벌이였지만 청소, 빨래, 설거지와 같은 가사일을 도맡아 했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관행은 여전히 뿌리깊다"고 말했다. 가사분담 문제와 더불어 시댁살이, 고부갈등등도 컸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광주여성가족재단 발표에 따르면 미혼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주된 요소로 ‘가부장적 결혼 제도(32.1%)’를 꼽았다. 남성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결혼 생활(32.3%)’을 꼽았다.

박씨는 “이혼을 하고 아이를 혼자 양육하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크다. 국가는 ‘한부모 가족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해당 요건에 충족하려면 직장에서 받는 월급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 양육비와 월세, 식비 등을 혼자 감당하려면 한 부모 가족 지원을 포기하고 일을 더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부모가족지원 정책의 지원을 받으려면 2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1,695,244원이하여야 18세 미만의 아동 1인당 월 20만원의 금액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최저 시급 기준 예상 월급은 1,914,440원이다. 한부모 가족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저 시급 월급중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결혼한 새내기 신랑 최현기(27)씨는 결혼에 만족해하는 MZ세대이다. 다만 그는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들의 지나친 관심은 '사양'했다.

그는 “MZ세대들이 미디어에서 표출되는 결혼과 출산문제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의 틀에 MZ들의 희생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는 “결혼은 강요가 아닌 선택이 중요시되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기 좋은 환경 속에 살아간다면 분명 자연스럽게 결혼을 선택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버팀목 대출한도를 늘렸다. ‘버팀목 대출’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이다. 청년은 최대 2억원까지, 신혼부부는 수도권은 3억원, 지방은 2억원으로 한도를 늘렸다. 집값 상승으로 내집 마련이 힘든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이었다. 다만 이런 정책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수는 있지만 결혼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인터뷰에 응한 3명은 공통적으로 지금 시대는 '그 누구도 쉽게 결혼을 결심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MZ세대에게 결혼은 ‘행복’이란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정책만으로는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예산 지원정책도 저출산대책이 아니라 기존 복지정책을 저출산이라는 이름아래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비혼이 MZ의 대세인식이 된 것은 청년 정책이 실효를 내지 못하는 것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히 또아리를 틀고있는 가부장적 제도, 경력단절 같은 문제들이 함께 해결되지 못한 측면이 크다. 피상적 접근만으로 결혼제도가 종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우린 달라,
행동하는 MZ가 온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지영(22, 가명) 씨는 최근 조깅을 하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시작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플로깅을 하면서 캔 음료부터 테이크아웃 컵, 담배꽁초 등 거리에 깔려있는 '너무도 많은' 쓰레기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플로깅을 하면서 환경과 관련한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채빈(25)씨는 고교 시절 다큐멘터리를 접하며 식생활과 환경 사이의 연관성 그리고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 가져오는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이후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생활하기’라는 목표를 세웠고,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환경 보호에 힘쓰고 있다. 그는 "환경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때로는 작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주변인들이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런 관심이 또 하나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씨와 유채빈씨는 MZ세대의 핫피플인 이른바 '엠제코'이다. 엠제코는 MZ세대와 에코(ECO)의 합성어로, 환경을 중요 가치관으로 삼아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MZ세대를 가르킨다. 이들에게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나 플로깅은 생활의 일부이다.

이들에게 환경보호는 '관심' 수준이 아닌 '진심'이다. 115년만의 폭우로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고 역대급 태풍으로 국가기간시설인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까지 피해를 입은 것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후위기가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세계지도자들은 웅얼울엉(blah blah) 할뿐이다. 보다 나은 복구 웅얼웅얼, 녹색 경제 웅얼웅얼, 탄소중립 웅얼웅얼하고 있다"(그레타 툰베리. 2021년 기후를 위한 청년 정상회의 연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툰베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위기 대응방식은 말만 번지르할 뿐 실제적 행동은 느슨하기 짝이 없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말 그대로 목표에 불과한 상황이다.

MZ세대가 환경에 진심인 것은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딜로이트가 최근 전세계 46개국 MZ세대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기후변화는 생활비에 이어 두번째 걱정거리였다. 이 때문에 90%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MZ세대의 88.5%는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뉴시안이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사회 이슈 중요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MZ세대의 74.8%가 환경문제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응답률은 전통적인 중요관심사인 경제, 노동, 교육, 인권 등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결과이다.

MZ세대가 기후변화에 진심인 것은 교육을 통해 꾸준히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데다 SNS사용을 통해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본인이 참여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다각화된 문제의식을 갖게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환경 문제를 개인의 성취감 그리고 타인의 참여 독려까지가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실제 유채빈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채식주의 입문자들에게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영국의 팝 밴드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공장식 축산업 내 동물들의 고통,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일주일 중 최소한 하루는 채식을 하자고 제안한 캠페인)을 추천하곤 한다. 그는 "하루 아침에 육류 섭취를 중단하는 대신 기준을 낮추고 실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정민서(23)씨는 아예 정부 캠페인에 앞장서 움직인다. 그는 요즘 환경부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그린 빙고 챌린지’에 참여해 포장용기 대신 직접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 챌린지’나 페트병 뚜껑 30개를 모아 화분으로 재탄생 시키는 ‘페트병 뚜껑 모아모아 챌린지’까지 빙고에 소개된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엠제코들은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포진해있다. 다회용기 사용등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주는 탄소포인트제도 가입자의 절반이상이 MZ세대이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 역시 MZ세대를 겨냥한 측면이 크다. 아모레가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의 이용고객중 상당수가 MZ세대이다. 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MZ세대가 기업들을 친환경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정부의 환경정책은 여러모로 부족하게 여겨진다는 게 MZ세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 한국은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된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이 지난 7월 각국의 환경 목표 및 정책을 분석해 5단계로 분류한 결과 한국은 5단계 중 4번째로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으로 분류됐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한국이 현재까지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에 따르면 2030년 세계 경제강국 10개국 중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국가가 된다. 정씨는 "과자 봉지까지 씻어 재활용해버리는 시민의식에 비해 정부의 환경정책은 기업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며 "환경보다 생산성을 더 우선시하는 정부의 환경정책은 여전히 20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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